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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크래프트 - 엉뚱한 시도. 명쾌한 실패.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벨로스터N 순정 알칸타라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을 더 두껍게 만들어보자.

Domestic Brand/Hyundai

by Master Ki 2020. 10. 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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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낯선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경남에 거주한다는 차주라고 밝힌 남자는 벨로스터 N을 타고 있고 순정 가죽 스티어링 휠 파트와 기어 노브, 기어 부츠, 그리고 센터 콘솔 암레스트 커버와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 등을 N 퍼포먼스 몰에서 알칸타라 퍼포먼스 패키지로 구매해 교체 장착을 한단다. 그런데 무슨 사연으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일까?

교체 작업을 의뢰하는 것인지 물었다. 경남의 업체에서 교체를 한단다. 응? 그럼 왜? 무슨 일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차주의 설명을 들어보니... 순정에서 순정 알칸타라 퍼포먼스 패키지로 교체를 한 다음, 순정 부품의 처분에 대한 고민을 한 결과 커스터마이징 전문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작업 요청이 접수되면 사전 제작을 원활히 하고 바로 교체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견이다. 와우!!! 순간 머릿속이 멍하다. 내가 이 차주를 만난 적이 있던가? 전화를 끊은 뒤 통화이력이나 문자 이력을 아무리 뒤져봐도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즉,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사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정 부품을... 그것도 얼마 사용하지 않은 부품을 무상으로 주고 싶다니. 천사인가?

도착 전 친절히 연락을 준 차주. 작업실에서 잠시 기다리니 도착을 했다. 얼굴을 봐도 분명 처음 만난 사이다. 그럼에도 친화력이 매우 좋은 사람이다. 몇년은 알고 지낸 사이 같다. 혼란스럽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대신 그의 요청이 있었다. 사바니니에서 판매하는 매트 부착형 알루미늄 패드를 장착하고 싶단다. 순정 매트가 너무 마모가 심하다는 것. 그도그럴것이 매트의 주 재질이 부직포 계열이다. 일반적인 중형 세단에서는 고무나 실리콘, EPDM 등의 소재를 사용한다. 주 소재가 부직포 계열이라는 것을 보고 놀라울 따름이다. 대체 이 차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원가절감을 한 것인가.   

알루미늄 패드를 장착하기 전 차량에서 정확한 포지션을 확인한다. 퍼포먼스 패키지 중 매트가 존재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 편이라 알루미늄 패드를 장착하기로 했다는 차주. 시트에 앉아 뒤꿈치 위치를 확인하고 컨펌을 했다.

 

정확한 위치를 마킹한 다음, 망치와 정을 이용해 매트에 천공을 한다. 사바니니 알루미늄 패드를 고정하기 전에 고정용 볼트와 너트의 단단한 체결을 위해 구조 접착용 본드를 발라 준다. 패드는 뒤꿈치의 빈번한 마찰이 일어나는 곳이므로 구조 접착용 본드 없이 고정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 본드는 약 30분 정도 건조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추가로 하나 더 요청을 했다. 후면의 레터링을 제거해달라는 것. 흔쾌히 드라이어를 이용해 레터링을 제거했다. 문제는 양면테이프 제거를 위한 접착제 제거제가 작업실에 없었다. 집 창고에 넣어 두고 잊어버린 것이다. 일단은 복귀한 차주. 

 

다음 날,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무슨 일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주행을 할 때 트렁크에서 무엇인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기어노브가 혼자 쓸쓸히 돌아다니고 있단다. 그래서 내려가는 길에 다시 들러 주고 가고 싶다고.. 그리고 다시 오는 김에 양면테이프 제거도 확실히 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엔 스티커 제거제를 챙겨서 작업실에서 기다린다. 잠시 후 도착한 차주. 스티커 제거제를 뿌린 뒤 약 3분 후 닦고 다시 잔여물을 제거했다. 

이러저러한 소소한 작업을 하다보니하다 보니 시간이 순삭이다. 그런데.. 차주의 눈빛이 무언가 이상하다. 어제 들렀을 때 잡아보았던 샘플이 자꾸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응?? 무슨 샘플이었냐고 물었더니 i30N라인용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이었단다. 알칸타라 오토모티브 원단에 2mm 고압축 스펀지를 덧대어 랩핑을 해 놓은 샘플이었다. 촉감과 두께감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본인의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을 하다 보니 순정 가죽보다 얇고 촉감은 너무 단단해서 마치 림 자체만 잡고 운전하는 기분이었단다. 저녁에 운전을 하면서 스펀지가 덧대어진, 두툼하고 폭신한 커스터마이징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하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을 했다고... 그리고 작업실에서 만난 귀여운 고양이는 심지어 꿈에 나왔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하지 말아야했던 시도를 하게 되었다. 순정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은 어느새 차량에서 탈거되어 작업실에 있었다. 크로스스티치를 잘라 알칸타라 스킨을 벗겨내...............

이렇게 하얗고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매우 단순하게 생각했다. 이때까지는... 알칸타라 스킨을 벗기고 내부에 스펀지를 덧대어 타이트하게 다시 마감을 하면 되겠지?라는 다소 미련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아아아... 전문가라는 내가 이런 미련한 생각을 하다니.... 

 

순정 알칸타라 스킨의 후면은 원단의 보강을 위한 패턴이 접착되어 있다. 알칸타라 오토모티브 원단 자체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의 미련한 플랜을 허탈하게 만들어 준 장면이다. 2mm 스펀지를 감아 다시 씌우면 될 것 같다는 초딩적 발상을 철저하게 박살 내 준 현실이다. 우리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차주는 싫은 태를 내지 않고 같이 시원하게 웃어주었다. 호방한 이 남자.. 대체 뭐지. 알고 보니 내 오랜 동창 녀석의 직속 후배란다. 아이고... 세상 좁고 무섭다. 역시 어디서 누굴 만나든 죄를 지으면 안 된다.

순정 알칸타라 스킨에 스펀지를 덧대어 두께를 보강하는 계획은 틀렸다. 그럼 차선책은? 새로 제작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전체 길이를 증량해야 한다. 이 때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다. 샘플로 만들어 놓은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의 스킨을 이용하는 것이다. i30 N라인 샘플이기에 스티치 컬러가 퍼포먼스 블루가 아닌 레드 컬러. 스레드를 다시 다 풀어낸 다음 퍼포먼스 블루 컬러 스레드를 이용해 다시 데코레이션을 해준다. 

 

덕분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순정과 동일한 마감으로 완성된 벨로스터 N 알칸타라 커스터마이징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 차주는 비로소 활짝 웃는다. 장착하고 버튼과 열선 패드 작동 검사를 한 뒤 웃으며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고 차주를 떠나보냈다. 

경남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차주는 운전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왜 이전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 인스톨 계획에 대해 밝혔을 때 말리지 않았느냐?'......?????????? 순정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도 나쁘지 않았지만 커스터마이징으로 스펀지가 두툼하게 추가된 버전으로 운전해보니 효과가 더욱 증대되었고 촉감과 그립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갑자기 일전의 소방관이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i30 N라인 순정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과 내가 제작한 커스터마이징 스티어링 휠을 직접 비교해본 결과 순정보다 레알크래프트 버전이 더 만족스러워서 용돈을 모아 방문하게 되었다던 사례였다.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 - 30만원

[카드/현금 동일가, 부가세 포함]

 

알칸타라® 원단은 이탈리아 정품 알칸타라® 오토모티브 원단을 사용함

스레드는 독일 정품 아만® 세라필을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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