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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크래프트 - 복스마크 천연가죽으로 제작한 벨로스터N 기어노브와 기어부츠 세트 샘플.

샘플 제작 및 공법 소개

by Master Ki 2019. 9.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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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천연가죽업체인 복스마크.


복스마크. BOXMARK. 오스트리아의 유명 천연가죽 업체인 복스마크는 아마 대부분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이 복스마크의 천연가죽 제품을 경험해보거나 사용해봤을 것이다. 단지 회사의 이름, 천연가죽의 제조사가 어디인지 알지못했을 뿐. 예를 들어 완성차 업체인 아우디나 폭스바겐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이고 그 회사의 많은 차량에 복스마크의 천연가죽이 시트나 가니쉬 또는 패널 랩핑용으로 공급이 되고 있으니 회사의 이름을 몰랐을 뿐 많은 사람은 이미 복스마크의 가죽제품을 경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복스마크는 그동안 천연가죽 자체만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이력이 거의 없다. 완성차 브랜드 또는 완성차에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부품전문회사 등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서플라이 체인 위주의 영업을 하기 때문에 국산 브랜드의 국산 천연가죽 공급업체 대비 장점이 없었던 것. 그렇다고 아예 접촉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필자가 부품전문회사 재직 시절 복스마크 외 유수의 글로벌 서플라이어 협상을 통해 공급과 기술제휴 등을 논의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 국내 시장의 일반적인 천연가죽 단가와의 꽤많은 차이 때문에 결렬되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꽤 비싼 가격을 제시했던 복스마크. 정확히 기억을 더듬자면 천연가죽 자체만의 단가가 아닌 제품화를 하는 공정기술능력의 단가가 더해져 비싼 가격이 제시되었던 상황이다. 

퇴사 후 자동차 인테리어 커스터마이징 전문을 주제로 자영업을 시작한지 이제 만 1년. 얼마 전 메일이 하나 들어왔다. 처음보는 메일 주소였는데 보낸이의 이름과 서명이 뭔가 독특했다. 보통은 모르는 메일은 스팸처리를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메일이라 확인을 해보니 복스마크 외 다양한 천연가죽을 국내에 소개하는 전문에이젼시의 미팅을 희망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만나자고, 만나달라고, 공급해 달라고 애원을 해도 시원찮을 형국인데 오히려 소개하고 싶고 공급을 하고 싶다니 이런 반가운 소식이 있을 수 있나. 바로 미팅 일정을 잡고 서울 강남으로 달려가 한국 지사장과 유럽의 고위직 매니져를 만났다. 자동차용 가죽인 복스마크 외에도 다양한 가죽브랜드와 제품을 샘플로 보여주며 약 2시간 가량의 미팅을 가졌다. 나로썬 상당한 성과를 가져온 셈이다.

여담이지만, 업무적 특성 상 천연가죽 업체나 전문에이젼시 관계자들과 접촉이 잦은 편인데 서울의 유명 자동차 인테리어 튜너에 오토모티브용 최고급 가죽을 제안했다가 바로 퇴짜를 맞았던 에이젼시 관계자의 기억이 난다. 당시 그 업체는 가죽소파나 패션용으로 사용될 법한 천연가죽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내장부품은 엄연히 자동차용으로 개발된 전용 천연가죽이나 소재를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업체, 그리고 다른 업체 역시 가구용으로 만들어진 가죽을 사용하던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일반 소비자는 전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그러려니... 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 업무를 생계로 시작했기에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전문튜너 또는 커스터마이징 전문이라면 좋은 소재와 올바른 공법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제품을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는 것.

일단 미팅을 마치고 샘플을 제작해볼 수 있을 소량의 가죽을 공급받기로 했다. 컬러는 현대의 고성능N컬러인 퍼포먼스블루와 유사한 테라블루포그 TERRA BLUE FOG. 벨로스터N과 i30N의 내장컬러와 매우 잘 어울릴 듯 하다.

샘플 제작용 가죽을 배송받고 벨로스터N의 기어체인지 쉬프트노브를 블랙 세미펀칭에서 테라블루포그로 랩핑을 해봤다. 순정 블랙가죽보다 조금 더 두꺼워서 부분적으로 스카이빙이 필요한 상태지만 샘플제작이기 때문에 스카이빙은 스킵하고 랩핑을 진행했다. 순정 가죽의 두께는 약 0.8mm, 복스마크의 두깨는 전체 스카이빙이 된 상태지만 약 1.1~1.5mm. 자동차에서는 1mm의 차이가 꽤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조립이 다소 버겁다. 그렇다고 아예 조립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세미펀칭을 적용한 순정 기어체인지 쉬프트노브 대비 넌 펀칭상태인 복스마크가 상대적으로 밋밋해보이기는 하지만 펀칭과 세미펀칭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가죽의 원피상태가 좋지 않거나 품질이 일정치 않을 때 세미펀칭이나 펀칭을 이용해 가죽의 상처를 가리는 경우가 많다. 또는 과도한 엠보싱을 찍어 가리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가죽에 엠보싱이나 펀칭이 없는 경우는 상처가 없거나 표피를 쉐이빙을 한 경우. 하지만 과도한 쉐이빙은 모공을 깎아서 없애버리기 때문에 스플릿 가죽이 아닌 이상 잘 사용하지 않는다. 고가의 수입차에서는 내츄럴 풀그레인에 엠보싱이나 펀칭이 없는 가죽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가죽이 가공이 가장 최소화된 고급가죽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미펀칭 또는 펀칭 = 고급' 이라는 편견은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벨로스터N의 기어부츠 역시 동일한 천연가죽으로 제작을 했다. 거의 모든 국산차는 기어부츠가 인조가죽이다. 인조가죽은 고급버전이 PU, 일반버전이 TPU 또는 TPO 소재이다. PU 소재의 인조가죽은 일반인의 눈에는 그냥 천연가죽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급스럽게 만들어 진다. 하지만 인조가죽은 인조가죽. 수입차는 대부분 천연가죽으로 제작되는데 반해 아쉬운 부분이다. 

인조가죽 재질의 기어부츠를 천연가죽으로 제작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죽의 두께. 인조가죽은 0.5~0.8mm지만 스카이빙이 되지 않은 천연가죽은 그보다 두꺼우므로 조립하는 부분이나 접착이 필요한 부분이 다소 두꺼워진다. 하지만 원단의 표면과 컬러의 통일감은 순정일 때와 차이가 많이 난다. 국산차 브랜드는 손에 닿는 부분만 천연가죽을 사용하는 편이고 손에 닿지 않는 부분은 인조가죽을 섞어서 제작하는 경향이 있어 미세하게 컬러와 표면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통일감이 다소 낮은 편이다. 

특히 도어트림과 크래쉬패드는 제조사가 다르다보니 가장 차이가 도드라지는 아이템이다. 요즘 나오는 신차는 과거차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지만 예전에는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차이가 선명하게 아니, 극명하게 나는 경우도 많았다. 고급차의 이미지는 작은 디테일의 차이에서부터 관리가 되는 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오스트리아의 복스마크 고급피그먼트 풀그레인 가죽으로 현대 벨로스터N의 기어체인지 쉬프트노브와 기어부츠 샘플을 제작해봤다. 화사한 색감과 가죽 본연의 표면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그립감도 상당히 개선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립이 개선된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겠지만 좋은 천연가죽은 세포의 특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손에서 나는 땀을 흡수하는 삼투압현상으로 손에 붙는 느낌이 든다.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조가죽은 수분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미끄럽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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