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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크래프트 -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벤틀리 플라잉스퍼. 스티어링휠의 천연가죽 랩핑을 순정과 동일하게 리폼해보자.

Oversea Brand/Etc Brand

by Master Ki 2020. 9. 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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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는 롤스로이스와 나란히 어깨를 견주는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상징이다. 물론, 오리지날리티를 따진다면 롤스로이스가 원조격이고 롤스로이스에서 파생된 브랜드가 벤틀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모두가 영국에 적을 두고 있고 현재 롤스로이스는 BMW의 계열로 벤틀리는 아우디 폭스바겐의 계열로 편입되어 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럭셔리 세단을 베이스로 그랜드투어러와 럭셔리 쿠페, 요즘은 SUV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두 브랜드 모두 원가는 생각하지 않는 초호화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브랜드로 아주 유명하다. 초호화 소재는 대표적으로 최고급 천연가죽과 리얼 우드, 리얼 알루미늄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대다수는 천연가죽의 질감이나 처리 방식에 따라 그레이드가 나뉜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색감이 밝고 화사하며 촉감이 부드러우면 최고급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실제로는 아니다. 최고급 천연가죽은 초기 소나 양의 사육 방법에서부터 질이 구분이 된다. 

전 세계 가죽 시장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기준으로 따지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유명하고 미국과 멕시코, 중국, 유럽 일부 국가가 있다. 단순 생산량의 순서는 그렇다. 하지만 천연가죽의 품질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유럽이 단연 우위에 있다. 그리고 유럽 중에서도 북유럽이 매우 우수한 품질의 천연가죽으로 유명하다. 기온이 선선하고 때로는 추운 환경이라 모기나 파리가 거의 살지 않기 때문인데 실제로 가죽 표면을 보면 가둬 키운 소들은 상처가 많다. 그리고 더운 지역에서는 파리나 모기에 물린 흔적이 꽤 발견이 된다. 이런 경우라면 가죽 표면에 엠보싱을 처리해 인위적인 모양을 만들어야 정상적인 제품으로 유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천연가죽의 품질을 우선으로 두는 경우 인위적인 엠보싱 처리가 된 가죽은 엠보싱 처리가 되지 않은 가죽에 비해 상품성이나 품질이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가죽의 제조과정이 아닌 벤틀리의 스티어링휠 제작과정을 다룰 것이기 때문에 가죽에 대한 얘기보다는 제작 공법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천안에서 벤틀리 플라잉스퍼를 타는 차주의 의뢰를 받았다. 차량은 누적거리가 약 20만KM를 넘긴 시점이었고 다른 부품보다 손이 많이 가는 스티어링 휠 가죽에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흔적이 눈에 가싯거리다. 위에 기술한 대로 벤틀리는 북유럽에서 생산된 최고급 천연가죽을 사용하는 브랜드이다. 내장부품 거의 모든 곳에 세미아닐린이라는 그레이드의 천연가죽을 사용한다. 세미아닐린은 아닐린의 한 단계 아래 등급의 천연가죽으로, 가죽 그레이드 중 아닐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등급에 해당한다. 아닐린과 세미아닐린은 가죽 표면의 가공을 최소화한 탓에 도장의 두께가 매우 얇다. 우리가 흔히 자동차에서 천연가죽이라고 얘기하는 가죽의 도장 두께에 비해 약 1/4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도장이 두꺼우면 가죽의 쫀득거리는 고유 촉감이 낮다. 오히려 미끄러지는 감촉이 된다. 그리고 사용시간이 길어지면 도장의 도막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세미아닐린은 도장이 매우 얇아 깨지는 현상보다 도장이 마모로 사라지는 현상이 생긴다. 이번 벤틀리의 스티어링 휠 표면처럼 말이다. 탄 브라운 컬러의 도장이 날아가면서 가죽의 내부 층이 드러나고 사람 손에서 나오는 유분이 쌓이면서 오히려 검게 변하는, 속칭 에이징 현상이 그것이다. 도장이 날아가기 전에 가죽에 침투한 유분을 제거하면 조금은 방지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가죽관리 제품 중 유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제품은 없는 것 같다. 

 

이미 복구할 수 있는 시점을 한참 지나버린 벤틀리 플라잉스퍼의 천연가죽 스티어링휠. 아깝지만 가죽을 제거하고 새로 입혀서 새것처럼 만들어보기로 한다.

 

가죽은 순정처럼 B.O.W. 천연가죽과 파수비오 천연가죽 두 가지를 준비했다. 벤틀리는 독특하게 림의 아웃과 인의 컬러가 다른 투톤 컬러 타입이므로 최대한 유사한 색상을 사용할 예정이다. 순정 컬러와 100% 동일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컬러까지 동일하게 맞추기란 어려운 일이고 코로나의 여파에 가죽 가격을 생각하면 아쉽지만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쳔연가죽과 림 두 제품에 독일의 시카 본드를 고루 분사해서 건조를 해준다. 순정과 동일하게 인, 아웃의 가죽을 별도로 랩핑 해주기 위해 영국 굿우드 벤틀리 생산라인 중 레더 샵 공정을 분석했다. 

 

먼저 림의 아웃사이드 부분에 이탈리아 파수비오 천연가죽을 랩핑 한다. 시카 본드는 도포 - 건조 - 가열의 공정을 거쳐야 접착력이 증대되는 제품이다. 내열성능과 내구 박리 강도가 매우 이상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국내외 자동차 부품 생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신뢰성과 VOCs 성능 검증이 모두 완료된 제품이다. 

 

아웃사이드 랩핑 후 림의 인사이드 역시 순차적으로 랩핑을 한다. 아웃사이드는 1피스지만 인사이드는 총 4피스다. 그리고 내거티브 곡률이 많은 부분이라 천연가죽 랩핑 시 가죽의 파열을 주의해야 한다. 

 

랩핑 다음의 공정은 일반적인 브랜드 처럼 미싱기를 이용하지 않고 랩핑 한 상태에서 손으로 홀을 천공해 오로지 손바느질을 이용한 스티치를 해줘야 한다. 니들 홀의 천공 사이즈는 최소화하는 것이 완성된 후에 홀이 잘 보이지 않기에 좋고 피치와 갭은 일정하게 7-8mm를 유지해야 모양이 균일하며 예쁘게 완성이 된다. 

손으로 천공한 니들홀에 손바느질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지나치게 세게 스레드 텐션을 당기면 니들 홀이 찢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웃림과 인림 모두에 니들홀을 마킹 - 천공 - 스티치 마감을 완료한 모습이다. 순정 공정과 동일하게 제작되었다. 총 제작 시간은 약 8시간.

 

제작이 완료된 다음은 단품 상태에서 차주의 검수를 받고 차량에 장착하는 공정이다. 탈거와 장착은 여타의 아우디와 동일한 방법이다. 2포인트 후크 고정 타입이기에 분해와 장착 모두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다. 스티어링 칼럼 샤프트에 센터를 유지하며 장착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있으니 스티어링 휠이 돌아갈 염려도 없다. 고정 볼트는 12각 12mm 사이즈를 이용한다.

 

제작 완료된 벤틀리 플라잉스퍼 천연가죽 스티어링 휠 장착 사진. 카메라는 캐논 1DX를 이용했다. 렌즈는 24-70. 실제로 보는 색감보다 붉게 나왔다. 물론 조명도 한몫을 했겠지만 눈에 보이는 탄 브라운 계열의 컬러보다는 다소 붉다. 

 

라이카 X2 카메라를 이용해 다시 촬영했다. 확실히 캐논의 색감 대비 붉은 계열이 덜하다. 라이카는 묵직하면서 담담한, 사실적인 색감이 풍부한 느낌이다. 

차주는 전 공정을 지켜보며 긴 시간을 견뎠다. 제작공정 내내 옆에서 손가락에 무리가 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보내주었다. 100% 손으로 수제작을 해서 순정과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작업자는 마음이 편해진다. 최고급 차량에 걸맞은 최고급 자재와 순정과 동일한 공정으로 제작해 본 벤틀리 플라잉스퍼 천연가죽 스티어링 휠. 보람 있고 뿌듯하다.

 

 

참고 : 벤틀리 공정사진

 

 


 

 

B.O.W.® 자동차용 천연가죽 / 스코틀랜드

파수비오® 자동차용 천연가죽 / 이탈리아

세라필® / 독일

시카® 본드 / 독일